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렸다고 알려져 있지만 확정되지 않은 작품 중에 ‘아름다운 공주(La Bella Principessa)’가 있다. 2010년 영국 옥스퍼드대 미술사 명예교수 마틴 켐프는 이 작품이 다빈치 것임을 고증하는 긴 책을 써서 거의 다빈치 것으로 굳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영국의 위작 화가 숀 그린헐이 2015년 회고록에서 ‘아름다운 공주’는 1978년 자신이 그린 것으로 모델은 슈퍼마켓 계산대 여종업원이었다고 주장해 위작 논란에 휘말렸다.
다빈치가 무덤에서 살아 돌아와 ‘아름다운 공주’를 보면 뭐라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천경자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미인도가 1991년 처음 전시됐을 때 본인 스스로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미술관은 감정 절차를 거쳐 진품이라고 반박했다. 그런데 1996년 검찰에서 수사를 받던 위작 화가 권춘식 씨가 이 미인도를 자신이 위작했다고 자백하면서 다시 긴 위작 논란에 빠졌다.
프랑스의 ‘뤼미에르 테크놀로지’는 루브르 미술관에 소장된 다빈치 그림 ‘모나리자’를 분석해 그림 아래 숨겨진 밑그림을 밝혀내는 개가를 올린 회사다. 이 회사의 창립자 파스칼 코트는 ‘아름다운 공주’에 대해 1978년 그려진 게 아니라 최소한 250년은 된 작품이라고 주장해 진품 쪽에 무게를 실어줬다. 이 회사가 천경자의 미인도에 대해 천경자의 다른 작품과 비교해 진품일 확률이 0.0002%라는 결론을 내렸다. 사실상 위작 결론을 낸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체면이 땅에 떨어질 위기에 처했다. 위작이 미술계를 혼탁하게 하는 건 틀림없지만 한편으로는 안이한 작품 수집과 감정 체계에 긴장을 불어넣는 메기 효과가 없는 건 아니다. 1930년대 등장한 산드로 보티첼리의 ‘베일 쓴 성모’를 미술계의 권위자들은 진짜 보티첼리의 작품으로 찬탄했지만 당시 20대의 미술학도로 나중에 저명한 미술사학자가 된 케네스 클라크는 “어딘지 1920년대 영화배우 같은 분위기가 난다”며 위작임을 간파했다. 그런 눈썰미가 우리 미술계에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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