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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709]대통령직/홍정기 논설위원/문화일보/2016.11.02

시온백향목 2016. 11. 12. 15:18

 헌법 제65조는 제3장 국회의 마지막 조항이고, 66조는 제4장 정부의 첫 조항이다. 65조는 국회의 대통령 등 고위 공무원 탄핵 소추 규정이다. 그 규정 좇아 탄핵된 공무원은 지금까지 단 한 명도 없다. 66조는 대통령의 지위와 임무 규정으로, 외국에 대하여 대한민국을 대표하고 헌법을 수호할 책무 등을 명시한 그 막중한 의미를 누구 한 사람 가타부타하기 힘들다.


 2004514일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헌법 제65조에 의거한 대통령(노무현) 탄핵심판 사건을 기각하면서 제66조의 의미를 이렇게 부연했다 - “대통령은 국민 일부나 정치세력의 대통령이 아니라, 국가로서 조직된 공동체의 대통령이고,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다.” “대통령은 법치와 준법의 상징적 존재로서 자신 스스로가 헌법과 법률을 존중하고 준수해야 함은 물론, 다른 국가기관이나 일반 국민의 위헌적 또는 위법적 행위에 대하여 단호하게 나섬으로써 법치국가를 실현하고 궁극적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수호하기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런 대통령직의 어제오늘이 지켜보기 민망하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 법치와 준법의 상징? 박근혜 대통령 비선과 비서의 국정 농락·농단으로 냉소적 비유쯤으로까지 전락했다. 국민 아니라 최순실의 대통령이었다. 법치·준법의 상징은커녕 무법·불법의 가림막이었을 뿐이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처음으로 최순실 실명을 들어 과거 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으로 대선 때 주로 연설, 홍보 분야에서 저의 선거운동이 국민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에 대해 개인적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했다고 털어놓은 것도 실은 전방위 국정 농단 실상의 축소·호도라는 사실이 드러나기까지 반나절 채 안 걸렸다. 오죽했으면 국민들이 최순실의 대통령 아니라 최순실 대통령이 독일·영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셨으니 판도라아니, 파노라마의 진실도 이내 밝혀질 것이라고 자학하고 있을까.


 박 대통령은 하루 앞서 지난달 24일 내년 예산안 국회 연설에서 임기 내 개헌을 다잡으며 대선 치른 다음 날부터 차기 대선이 시작되는 정치체제를 탓했더랬다. 왜 대선과 다음 대선 아니라 대선과 대선 사이, 곧 대통령직의 법치·준법 5년을 저리 하찮게 여기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