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소주 ―김완(1957∼ )
벚꽃잎 분분분 날리는
부곡정에 들어선다
연탄불 돼지 삼겹살 구이
상추에 마늘, 매운 고추 얹어
된장 쌈 하니
세상살이 여여(如如)하다
도가지 헐어 내온 갓지에
소주 한 잔 하니
가야 할 길들 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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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곡정’은 광주 무등산 초입에 있는 식당이다. 아무래도 유적지는 아닌 듯해서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바로 나온다. ‘연탄불 양념구이’로 광주시민의 발길을 끄는 곳이란다. ‘벚꽃잎 분분분 날리는’ 참 좋은 시절, 화자는 ‘부곡정에 들어선다’. ‘연탄불 돼지 삼겹살 구이/상추에 마늘, 매운 고추 얹어/된장 쌈 하니’, 대개 한국인이라면 듣기만 해도 ‘회가 동할’ 맛일 테다. 그 모양 눈에 선하고, 그 냄새 코에 선하고, 그 맛 혀에 선하다. 가볍게라도 산행을 마친 뒤라면 더 입맛이 당겼겠다. 화자가 산행을 했는지 안 했는지 모르겠지만 일행은 있을 것 같다. 어째 이 메뉴는 화기에 찬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가. 아니, 화자가 혼자일 것 같기도 하다. 뭔가 심경이 복잡하고 머리 아픈 일이 있어서, 세상살이가 여여(如如)하지 않아서, 터벅터벅 무등산을 찾았을지 모른다. 그래 머리도 좀 가벼워지고 마음도 좀 눅어진 참에 식욕을 돋우는 상을 받으니 ‘세상살이 여여(如如)하다’! 화자는 이 식당의 단골인가 보다. ‘도가지 헐어’서까지 ‘갓지(갓김치)’를 내온다. 돌산갓김치일까, 토종갓김치일까. 귀한 대접을 받은 화자, 소주 한 잔 안 할 수 없다. 식욕은 생명력! 맛있는 음식이 주는 행복감은 비할 데가 없어라. ‘가야 할 길들 환해진’단다!
심장내과 전문의이기도 한 시인이 이 시에 앞서 썼을 듯한 시 ‘환자가 경전이다’를 소개한다. ‘봄 들녘에 아지랑이 피어오른다//레지던트 수련 중에/스트레스 견디지 못하고/병원을 떠나는 전공의들/4월 초 담장마다/목련 두근두근 벙그는데/떠나는 이들의/까만 눈망울이 젖어 있다//유구무언//그럼에도 불구하고/환자가 우리들의 경전이다’
황인숙 시인
*도가지 지식iN 오픈국어
비교적 큰 [독, 단지]등을 의미하는 경상도 사투리 (일반적으로 장독대에서 가장 큰 도가지는 간장 도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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