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20개국(G20) 중국이 있게 해준 곤충! 짧게 잡아도 3600년 이상을 인간이 주는 뽕잎만 먹고 자라온 누에다. ‘남자가 뽕잎을 따고 여자가 누에를 기르면 45일 만에 돈을 만질 수 있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중국인에게 부(富)를 안겨준 양식(養殖) 동물이다. 5일 폐막한 중국 항저우(杭州) G20 정상회의 때 한·중 정상 간에 그 누에 얘기가 오갔다.
“나비는 누에고치 속의 번데기 시절을 겪고 껍질을 뚫고 나오는 과정을 통해 날개가 힘을 얻어 화려하게 날아오를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전날 세션Ⅰ에서, 구조개혁에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모범 관행을 만들고 실패 사례도 공유해 타산지석으로 삼을 것을 제안하기에 앞서 한 말이다. 이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구조개혁을 추진해 나비가 누에고치를 뚫고 비상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화답했다고 한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정면충돌은 피했지만, 과감한 구조개혁을 통한 혁신의 필요성에는 상호 공감한 모양새다.
필자가 주목하는 건 구조개혁이란 본론이 아니라, ‘누에 나비’라는 예화다. 누에고치를 뚫고 나오는 것은 나방이지 나비가 아니기 때문이다. 용어의 정확성 측면에서 볼 때 ‘안중근 의사 하얼빈 감옥 순국’ 같은 오류다. 나비와 나방은 다르다. 우리와 달리 북한에서는 낮나비와 밤나비로 구분한다. 낮 파피용(papillon)과 밤 파피용으로 구별하는 프랑스와 비슷하다. 반면, 영어는 버터플라이(butterfly)와 모스(moth)로 구별이 분명하다. 중국어 역시 후뎨(胡蝶)와 어쯔(蛾子)로 구분한다. 생태학적으로도 두 곤충은 다르다. 나비는 낮에 활동하고, 앉았을 때 날개를 접는다. 몸통은 가늘고 길며, 더듬이는 곤봉 모양이다. 후각 아닌 시각을 통해 짝을 찾으며, 성충 직전 단계인 번데기 시기에는 고치(cocoon) 대신 단단한 껍데기를 보호막 삼는다. 대개의 나방은 나비와 반대되는 특징을 보인다.
나비는 전 세계적으로 2만 종(한국은 250여 종) 가량이 알려져 있지만 나방은 약 18만 종(1500여 종)이나 된다. 절지동물문 곤충강 나비목 중에서 10%쯤 되는 나비를 제하면 모두가 나방인 셈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누에나비’가 표제어로 올라 있어도 풀이말은 없다. 생물학적으로 누에의 국명은 ‘누에나방’(영어 silk moth, 학명 Bombyx mori)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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