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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645]트럼프와 ‘트럼피즘’/강인선 논설위원/조선일보/2016.08.18

시온백향목 2016. 9. 3. 16:07

 트럼프가 대선 후보가 된 뒤 공화당은 한 지붕 몇 가족인지도 알 수 없게 분열돼 있다. 주요 인사 상당수가 자기 당 후보가 싫다며 '트럼프 월드'를 이탈해 '클린턴 랜드'로 빠져나갔다. 그래서 '트럼프 엑소더스' '트럼프 디아스포라'라는 말이 생겨났다. 막말 탓에 지지층이 하루가 다르게 떨어져 나가는 것을 보며 공화당 인사들은 "선거는 덧셈인데 트럼프는 뺄셈만 한다"고 한탄했다


 양당 전당대회 이후 클린턴이 전국과 접전 주() 지지율에서 앞서면서 백악관을 향한 9분 능선에 거의 다가섰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래도 워싱턴 사람들은 섣불리 클린턴의 승리를 예단하지 않는다. 클린턴도 비호감인 데다 워낙 약점이 많아 언제 어디서 뭐가 터질지 몰라서다. 러시아 해커가 클린턴 이메일에서 뭔가 찾아내 폭로할 수도 있다. 북한이 끼어들 가능성도 늘 거론된다


 트럼프 지지율이 하락세라곤 해도 미국인 40%쯤은 여전히 트럼프를 지지한다. 갤럽이 트럼프 지지자 87000여명을 조사해보니 결과가 뜻밖이었다. 주로 '백인, 저학력, 블루칼라'라지만 미국 평균보다 소득이 낮지도, 일자리를 더 많이 잃지도 않았다. 일상에서 다인종·다문화를 접하고 부대낀다는 사람도 적었다. 경제적 불만보다는 그간 누려 온 '지위'를 잃을 수 있다는 불안이 더 컸을지 모른다. 트럼프가 이기든 지든 문 닫아걸고 '미국 우선'을 외치는 '트럼피즘'의 여파는 꽤 오래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