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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639]김국진 강수지의 리얼 연애/송평인 논설위원/동아일보/2016.08.05

시온백향목 2016. 8. 27. 15:06

 TV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2000년대 초반 미국에서 빅브러더(Big Brother)’서바이벌(Survival)’이 성공을 거둔 이후 자리 잡았다. 오늘날 한국의 주말 프라임타임 TV 프로그램도 무한도전’ ‘12’ ‘런닝맨등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대세다. 다만 한국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서구의 것과는 많이 다르다. 리얼리티를 표방하지만 따져보면 드라마보다 연출이 좀 덜한 상황에서의 리얼리티인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출연자도 일반인이 아닌 연예인이다


 리얼리티 프로그램 중에는 연애 리얼리티라는 분야도 있다. 미국 TV총각들(The Bachelors)’ 같은 짝짓기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에도 이라는 프로그램이 한때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한 일반인 여성이 짝을 이루지 못한 상심으로 녹화 중 자살하면서 폐지됐다. 이후 진짜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시들해지고 젊은 연예인들이 가상결혼을 하는 우리 결혼했어요’, 나이 든 독신 연예인들이 등장하는 불타는 청춘같은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고 있다


 진짜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시청자는 모르는 두 사람이 호감을 가져가는 과정에 관심을 갖는다. 연예인이 등장하는 사이비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시청자는 연애하는 것도 아니고 연애 안 하는 것도 아닌 불분명한 상태에 흥미를 느낀다. ‘불타는 청춘에서 개그맨 김국진과 가수 강수지는 실제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고, 좋아하는 척하는 것 같기도 한 썸타는상황을 1년 넘게 끌어왔다. 그 두 사람이 어제 사귄다고 밝혔다


 진짜 커플은 우리 결혼했어요에선 불발에 그쳤는데 불타는 청춘에서는 나왔다. 일반인 남녀가 녹화 도중 호감을 느껴 사귀게 된 것 같은 리얼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나이가 들어 더 노골적으로 된 청춘들이 이것저것 잴 것이 많은 젊은 청춘보다 더 자기감정에 충실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연애가 리얼리티가 되면 시청자의 흥미는 사라지고 당사자는 퇴장해야 한다. 두 사람도 이 법칙을 피해 가기는 어려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