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감상

동막 갯벌

시온백향목 2016. 8. 15. 21:26

 

동막 갯벌

 

 

송도 첨단 도시 만든다고 둑을 쌓아 놓은

그때부터

그대 오지 않았어요

 

하루에 두 번 철썩철썩 다가와

내 몸 어루만져 주며

부드러운 살결 간직하게 해주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검게 타버렸네요

터지고 주름투성이가 되었네요

 

그때는 나도 무척 예뻐서

내가 좋아 찾아오는 사람 많았어요

난 너무 행복해서

쫑긋쫑긋 작은 입 배시시 웃으며

곰실곰실 속삭였어요

어서 오세요

내게 있는 모든 것 다 드릴게요

바지락도 있고 모시조개도 있어요

게도 있고 낙지 다슬기도 있어요

앞가슴 풀어헤치고 아낌없이 주었지요

 

연인들도 아암도 갯바위에

서로 어깨 맞대고 앉아

해내림을 보고 있으면

내 짭짜롬한 냄새는

그들 어깨에 머물곤 했는데

이제는

오는 이 없네요

희망 가득 싣고 분주히 오가던

통통배

부서진 몇 조각 남아

그때의 이야기 들려주려 하지만

귀먹은 작업복들만 와서

짓밟다 가네요

    

김원옥(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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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두 번 철썩철썩밀물 들던 갯벌이 있었단다. 바지락 모시조개 게 낙지 다슬기도 풍부해서 갯마을 사람들의 희망 가득 싣고 분주히 오가던/통통배’, 경치도 무척 예뻐서 외지에서 찾아오는 이도 많았단다. 그런데 첨단 도시 만든다고 둑을 쌓아 놓은/그때부터’ ‘오는 이 없네요’. 바닷물이 들지 않아 쩍쩍 갈라지고 시커멓기만 한 갯바닥이 한없이 펼쳐져 있는데 굳이 찾아올 사람이 있겠는가. 작업복 차림의 인부들만이 방치된 배의 부서진 조각들을 무심히 밟으며 오갈 뿐.

 

동막 갯벌의 옛 모습을 익히 알고 아꼈을 화자는 그 변모에 속이 상했을 테다. 그래 황량하고 스산해진 갯벌을 그윽이 지켜보며 귀 기울여 들은 말을 전해준다. 얼마나 행복하고 아름다운 나였던가요? 그리고 당신들에게 아낌없이 주는 나였던가요?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검게 타버렸네요’. 내가 품고 있던 그 많은 생물들도 검게 타 죽었겠지요. 나는 이렇게 사라져가요. 우리는 이렇게 사라져가요.

 

그 자리에 지금은 송도 신도시가 들어서 있다. 착하고 아름답고 건강했던 여인으로 의인화한 갯벌의 한숨 섞인 목소리를 빌려 우리가 지키지 못하는 생태계에 대한 안타까움과 죄스러움을 이끌어내는 시다.

 

황인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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