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감상

<359>그 사람을 가졌는가

시온백향목 2016. 11. 27. 18:52

그 사람을 가졌는가 -함석헌(1901~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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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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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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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救命帶)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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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不義)의 사형장에서

다 죽어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두거라일러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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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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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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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인이며 저술가며 논객이었던 함석헌 선생은 식민지 시절에는 독립운동가이며 시민사회운동가였고, 3공화국 이후 민권운동의 앞에 섰다. 그의 호는 신천(信天), , 바보새인데 삶에 대한 철학과 자세가 엿보인다. ‘씨알번식을 위한 알, 종자(種子)로서의 낱알이다. 종내 제 몸이 사라지고 거기 자손이 번성하는 씨알. 모든 개체들이 저 하나만을 지키려 한다면 미래는 없으리라. 사람이 사람답게 살지 못하는 현실을 바꾸려면 많은 이의 제 삶을 씨알로 삼는 각오가 필요하리라. 선생은 사람들에게 씨알로서의 각성을 독려하는 사상을 설파했다. ‘사상은 대한민국의 다난한 역사 속에서 무교회주의를 주창한 종교인, 비폭력주의를 신조로 한 반독재 민주화 투쟁가, 사상가 등으로 산 그의 삶의 이력의 점철이기도 하다. 선생의 널리 알려진 저서로는 뜻으로 본 한국역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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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가 실린 함석헌 시집 수평선 너머초판은 1953년 피란지 부산에서 발간됐다. 피식민지 시절, 광복 직후 혼란기와 전쟁으로 이어진 어지러운 시절, 특히 세상의 씨알이 되고자 한 의인(義人)의 삶이란 자신의 생명은 물론이고 처자의 안위마저 팽개쳐야 하는 아슬아슬하고 외로운 것이었으리라. 그렇게 숭고한 길을 가는 이뿐 아니라 일반 소시민에게도, 시절을 불문하고 마음속에 그릴 그 사람’. 시인은 애타게 그 귀인을 부른다. 세상을 향해, 그리고 자기를 향해. ‘그대는 그 사람을 가졌는가’. 나는 다른 사람에게 그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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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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